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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사건]광란의 돈파티? 쌍용C&E 우선주 대박은 꿈이었다

  • 아침뉴스 3選
  • 2021-10-18 10:54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출렁이는 우선주, 쌍용C&E(옛 쌍용양회) 공개매수에 나서다

사모펀드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쌍용C&E(옛 쌍용양회)의 대주주 태평양시멘트(일본회사)로부터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것은 2016년.

쌍용C&E의 법적 대주주는 한앤코시멘트홀딩스유한회사로 바뀌었다. 사모펀드운용사는 기업을 인수할 때 사모펀드(사모투자합작회사)를 만든다. 이 펀드에 연기금이나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돈을 태운다. 이 돈은 기업을 인수하는 법적 주체가 될 페이퍼컴퍼니에 출자된다. 이 페이퍼컴퍼니(한앤코시멘트홀딩스유한회사)가 사모펀드로부터 출자받은 자본과 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대출(인수금융)을 합하여 쌍용C&E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한앤컴퍼니는 펀드 조성 및 기업 인수, 이후 적절한 시점에서의 재매각에 이르기까지 모든 투자자금 및 투자기업 경영관리 등을 총괄적으로 책임진다. 한앤컴퍼니는 쌍용C&E의 우선주 주가 급변동이 상당히 신경쓰였던 것 같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이 부여되지 않지만 배당률이 높은 주식이다. 대개 보통주보다는 시세가 낮게 형성된다. 발행 물량이 적은 우선주는 가끔 작전세력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적은 자금으로 시세를 조종하여 개미 투자자를 유혹하는 게 쉽기 때문이다.

이 회사 우선주는 M&A(인수합병)를 재료로 주가가 급등락하여 이미 2015년에만 한국거래소로부터 두차례 ‘투자경고’ 또는 ‘투자주의(소수계좌 매수관여 과다)’ 조치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 한앤컴퍼니로 인수된 이후에도 해마다 투자주의나 경고조치가 이어졌다. 예를 들어 2018년 4월~6월에는 남북경제협력 테마주로 분류되어 주가가 급등하였다. 1만원~1만5000원 사이에서 움직이던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 주가를 넘어 한때 4만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5000원대까지 수직낙하하였다. 이 같은 주가 급변동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2018년 5월 불공정 거래 예방과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고 거래를 일시정지시키기도 했다.

〈쌍용양회(현 쌍용C&E) 우선주 주가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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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는 우선주를 아예 상장폐지하기로 결심한다. 대주주인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시장에서 우선주를 전량 공개매수하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대주주 지분율이 95% 이상이 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자발적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된다. 2020년 5월29일 한앤코시멘트홀딩스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우선주 공개매수 공시를 올렸다. 기간은 2020년 6월1일~6월30일까지. 매수대상 우선주는 총 154만3685주였다. 우선주의 100%, 보통주를 포함한 총발행주식수 기준으로는 0.3%에 해당하는 물량이었다. 당시 주가는 9000원대로, 우선주 시가총액은 약 140억원에 달했다.

겨우 140억원대 주식 때문에 한국거래소의 관찰대상 기업이 되고 언론 매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을 한앤컴퍼니는 두고 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경영권 인수형 사모펀드는 인수기업의 가치를 올려 재매각 차익을 얻는 것을 업으로 한다. 주가가 이른바 ‘작전주’나 ‘잡주’처럼 움직여 평판이나 신뢰 훼손을 불러오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매수가격은 1만5500원으로 정해졌다. 우선주 매수를 결정한 날(5월29일)의 전날 주식시장 종가와 비교해서는 68%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었다. 1개월 평균가 대비로는 66% 3개월로는 72% 프리미엄을 적용하였다.

일반적으로 공개매수 가격에 붙는 프리미엄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대 중반 정도다. 회사 대주주가 경영권 지분을 매각할 때 붙는 경영권 프리미엄도 60%라면 낮지 않다. 하물며 쌍용C&E처럼 공개매수에서 60%가 넘는 프리미엄을 적용하는 것은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1년 동안의 거래가격 중 최고치(1만4950원)보다 높았다. 우선주 물량이 적었기에 프리미엄을 높일 수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우선주를 한번에 다 끌어모아 하루빨리 상폐시키고 싶어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결과는 실패였다. 123만9089주, 우선주 물량의 80.3%만 공개매수에 응했다. 나머지 19.7%의 주주들은 무슨 생각을 공개매수를 외면했을까?

◆유상소각으로 방향을 전환하다

이들은 더 높은 가격을 원했다. 이번에 95% 이상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앤컴퍼니측이 더 높은 가격으로 추가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해외 특히 미국의 경우 적대적 M&A를 할 때 공개매수가 활용되는데, 주주들의 호응이 시원찮으면 매수가격을 계속 높인다. 우리나라에도 사례가 있다. 2008년 당시 미국 바이오기업이 코스닥 진단시약업체 에스디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1차 공개매수 가격을 3만, 2차 가격을 4만원으로 올려 성공한 적이 있다.

한앤컴퍼니가 제시한 높은 공개매수 가격은 일부 쌍용C&E 우선주 주주들에게는 역효과를 냈다. 매수에 응하도록 유도하기보다는 버티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 것이다. 한앤컴퍼니는 공개매수 결과를 공시하면서 장래 계획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자발적 상장폐지 요건(95%)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공개매수인은 전체 주주와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우선주 전부의 소각 혹은 보통주 전환 등을 회사와 협의할 계획입니다.”

이것은 무슨 말인가? 공개매수로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보유하게 된 80.3%의 우선주, 그리고 주주들이 보유중인 잔여지분 19.7% 등 총 100%를 소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아니면 보통주로 전환을 하든지.

일부 주주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2차 공개매수에 나서겠다는 뜻은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2차 매수를 언급하면 우선주 주가 급등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랬을 수 있다. 그러나 공시 내용으로만 보면 공개매수를 다시 실행할 것 같지는 않았다.

예상대로였다.

2020년 9월1일 쌍용C&E는 우선주를 모두 유상소각하겠다는 내용을 공시하였다. 내용은 이랬다.

우선은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9월1일~11월11일까지 매수호가를 1만5500원으로 하여 증권시장 내에서 일반주주들이 보유한 우선주 전량(30만4596주)만큼 거래주문을 낸다. 우선주 주주 가운데 팔 의사가 있는 사람들은 이 가격에 매도주문을 내 거래를 체결시키면 된다. 우선주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시세와 상관없이 공개매수 가격(1만5500원)을 적용한 장내 매수주문을 내주겠다는 것이다.

이 때 매도하지 않고 11월16일(주식소각 기준일)까지 우선주를 보유하면, 이 우선주는 유상소각 결정공시 당시의 시세에 맞춘 가격(9297원)으로 소각한다.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앞서 공개매수로 확보한 우선주 물량은 무조건 9297원 소각대상이 된다. 자기가 낸 매수주문에 자기가 보유한 우선주를 매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반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회사측이 일방적으로 소각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는 없다. 여기에는 한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주주총회다. 주식을 유상으로건 무상으로건 소각하면 자본금이 감소한다. 감자는 주총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참석주주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또한 찬성주주의 수가 전체 주주의 3분의1 이상이 되어야 한다. 우선주의 80.3%를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주총 통과는 기정사실이었다.

◆거짓정보 넘쳐나는 주주게시판..작전세력의 유혹 그리고 폭탄 돌리기의 종말

우선주 전량 유상소각 공시가 나간 이후 주가는 드라마틱하게 움직인다. 대주주가 1만5500원에 장내 매수주문을 내주기로 했기 때문에, 이 정도 가격까지 오르는 것은 가능하다. 그런데 주가는 이를 넘어 연일 폭등했다. 4일만에 장중 4만4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 주가는 2만원대~4만원대까지 등락을 반복했다. 1만5500원에 장내 매도하지 않으면 9297원에 소각당하는 것으로 운명이 정해진 주식이 어떻게 이런 가격을 형성할 수 있을까? 일반주주들이 많이 이용하는 주식게시판에는 헛정보와 그릇된 주장들이 판을 쳤다. 주식을 상폐시키려면 대주주가 95% 이상을 확보해야 하므로, 버티면 대주주가 10만원, 20만원 이상 가격에도 매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엉터리 주장들이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상 자발적 상폐를 하려면 95% 규정이 적용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주주들이 주총에서 스스로 주식 전량소각을 결정하면 95% 규정과는 전혀 상관없이 소각이 진행된다.

주식을 전량 소각하면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물량이 없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장 폐지로 연결된다.

〈쌍용C&E 공시 내용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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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주식종목토론방(종토방)이 횡행하던 이야기들은이렇다. 최대한 원문을 살려 소개한다.

‘2차 폭등 조짐이 보입니다. 2일동안 악성매물 받아냈고 기다려봅시다’

‘내일부터 광란의 돈파티가 시작됩니다. 저는 10만원 이상보고 갑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대주주가 95% 이상 확보하지 못하면 절대 상폐되지 않습니다. 규정에 그렇게 정해져 있습니다. 3만원, 4만원에 나오는 물량을 얼른 줍줍해야 합니다. 최후에는 20만원 이상에 팔 수 있습니다’

시장에는 우선주의 운명을 잘 모르는 투자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른바 작전세력들이 개입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이들은 주식게시판 토론방 등에 헛정보를 올려서 개미들을 유인했다. 확신에 찬 어조로 95% 규정을 언급하자 많은 일반투자자들이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시간이 흘러 10월 주총에서 감자가 결의되고, 11월 중순 주식소각 기준일이 임박했는데도 주식은 터무니없는 가격에 거래를 이어갔다. 마지막까지 우선주 대박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던 무지의 투자자들은 어느날 갑자기 거래정지를 맞았다. 주식은 사라졌다. 증권계좌에는 주당 9297원으로 계산된 돈이 입금되었다.

그 이후에도 한동안 쌍용C&E 주식게시판에는 왜 주식거래가 안되느냐는 글들이 이어졌다. 살려달라는 읍소형 글도 보였다. 거래재개를 희망하는 글도 있었다. 그러나 소각된 주식을 되살릴 수는 없다. 거래를 재개할 수는 없다.

몰라서 갖게 된 탐욕과 알면서도 남을 이용하려는 탐욕, 그리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폭탄돌리기가 빚어낸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