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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3사, '공손충의 추억'(4)

조선업 재무제표 쉽게 익히기

  • 아침뉴스 3選
  • 2021-10-18 09:25
  • (글로벌모니터 김수헌 기자)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대형 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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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3사, 3조 적자로 현금곳간 텅텅 비었다고?

조선업체들의 손익계산서 상 적자 규모가 막대한 것으로 나타나자, 현금 유동성을 우려하는 보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21년 8월에 다음과 같은 보도들이 꽤 있었다.

“후판 가격 급등 때문에 조선 3사가 올 상반기에만 3조원대 적자를 냈다. 수주는 풍년이지만 당장 ‘현금 곳간’은 텅 빈 것이다..”

조선 3사가 상반기에 무려 3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면서 회사의 현금 보유고가 말랐다는 기사다. 정말 그럴까? 만약 사실이라면 조선 3사 모두 빨리 유상증자를 하든지 대규모 자금 차입을 하는 등 운영자금 마련에 나서야 한다. 회사의 현금 곳간이 텅 빈다는 것은 아주 긴급한 상황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이 있다면 부도가 날 수도 있다. 실제 조선3사의 상반기 재무상태표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수치를 한번 살펴보자. <표1>은 한국조선해양의 연결재무상태표이다.

한국조선해양 '21년 반기말 연결재무상태표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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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기말(2020년말) 현재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7034억원이다. 제48기 반기말(2021년 상반기말) 현재는 4조6032억원으로, 오히려 9000억원 가량이 증가했다. 단기금융자산은 2020년 말 8417억원이 2021년 상반기 말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도대체 현금 곳간이 왜 텅텅 비었다는 것일까?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2020년 말 대비하여 2021년 상반기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더 늘어났다.

조선업체는 선박대금을 일반적으로 다섯번에 나누어 받는다. 건조계약시 선수금으로 20%, 중도금으로 10%씩 세번, 그리고 선박인도시 나머지 50%를 받는다. 인도시 받은 금액이 50%나 되기 때문에 이를 ‘헤비테일(heavy tail)’ 계약이라고 부른다. 조선업황이 부진해 발주처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면 인도시 지급금액이 70%~80%가 되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배값을 인도시점에 전액 다 지급받기로 발주처와 계약을 했다고 해보자. 앞의 (1)편에서 본 공사 사례에서 2021년 상반기 결산을 해보자. 발주처로부터 돈이 한 푼도 안 들어왔지만 공사이익은 총10억원(1분기 5억원, 2분기 5억원)이 발생했다. 선박대금이 들어왔느냐, 들어오지 않았느냐 하는 것은 매출이나 이익의 인식과는 관련이 없다. 공사가 진행되면 돈이 안 들어와도 진행율에 따라 손익은 산출된다.

상반기 동안 투입한 원가 40억원이 전액현금으로 지출되었다고 해보자. 발주처로부터 들어오는 돈은 없고 지출만 있었기 때문에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순유출)가 된다. 이익은 10억원이 났지만 영업현금흐름은 반대로 마이너스다.

반대의 경우를 가정해보자. (2)편의 공사 사례에서 발주처와 조선업체는 선박대금 지급과 관련하여 이렇게 계약을 하였다고 해보자. 건조계약시 선수금 20억원, 중도금은 강재 최초 절단 때 10억원, 도크에 선박블록을 처음 얹을 때 10억원, 선박 진수 때 10억원, 잔금은 선박 인도 때 50억원을 주기로 하였다.

조선업체는 2분기까지 도크에서 선박블록 작업을 개시하였다. 그렇다면 대금조건에 따라 조선업체에는 총 40억원의 대금이 들어온다. 상반기 결산을 해보자. (2)편에서 봤듯 손익계산서 상으로는 공사손실충당금 반영 등으로 20억원의 적자(1분기 5억 이익, 2분기 25억 적자)가 났다. 하지만 40억원의 선박대금이 들어왔기 때문에 영업현금흐름은 플러스가 될 수 있다. 손익계산서 상의 대규모 적자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현금흐름에서는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손익과 현금흐름은 거꾸로 갈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2020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2146억원이다. 그런데 영업현금흐름은 2978억원 순유출(마이너스)이다.

2021년 상반기에는 영업이익이 8298억원 적자다. 그런데 영업현금흐름은 정반대로 1조4512억원이라는 큰 폭의 플러스(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2분기에만 9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그런데도 어떻게 상반기에 1조4000억원을 웃도는 영업현금흐름 순유입을 보일 수 있었을까?

후판가격 인상 예상치를 2분기 실적에 반영하는 바람에 공사손실충당금으로 1조원을 반영하여 막대한 영업손실이 났다고 앞에서 설명하였다. 현금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 아니라 회계적으로 1조원의 미래 손실을 2분기에 당겨서 인식한 것 뿐이다. 따라서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영업실적을 따져보려면 회계상의 손실 숫자에다 1조원을 더해줘야한다. 그래야 실제 영업현금흐름으로 교정이 된다. 여기에다 기존 선박들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유입되는 대금까지 더해져서 현금흐름은 오히려 더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와 같은 보도(2021년 8월)내용을 한번 보자.

“국내 조선 ‘빅3’가 올해 상반기에 각각 1조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냈다. 국내 조선업계가 4년 연속 글로벌 수주량 1위를 기대하는 것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흑자를 보려면 1∼2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선박을 건조한 뒤 대금을 받으려면 수주 시점에서 2년 정도 시차가 발생하는 조선업의 특징 때문이다."

조선업계가 아직 흑자를 못내는 이유는 수주 이후 선박대금이 들어오기까지 2년 정도 시차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잘못됐다.
앞에서도 봤지만 돈(선박대금)이 언제 들어오느냐 하는 것은 손익계산서 상의 매출이나 이익과는 무관하다. 매출과 이익은 공사진행률에 따라 측정되는 것이지, 선박대금이 들어와야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조선업에서 현재 실적은 과거 수주의 반영이다. 현재 수주는 미래실적을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실적보다는 현재 수주 상황과 아울러 수주 선박의 선가 추이, 수주 잔액, 수주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조선업의 미래를 좀 더 정확하게 전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